2022. 9. 23. 22:49ㆍ여행
유럽 로드트립으로만 볼 수 있는 뷰들

여행은 점 여행과 선 여행으로 나눌 수 있다.
비행기를 이용한 점을 찍듯이 여행하는 여행과 육로를 이용한 선 여행인 것이다.
선 여행 중 다들 해보고 싶은 자동차 여행.
유럽 대륙은 여러 나라를 거치며 각 나라의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어 자동차 여행자가 선호하는 대륙이다.
기자는 이탈리아 볼로냐부터 출발해 벨기에 샤를루아까지 가 보았다.

비행기를 이용해서 기자의 베이스인 불가리아 소피아를 떠나 출발지인 이탈리아 볼로냐를 향했다. 9월까지 항공기 요금의 폭등으로 인해 환승 편을 이용했다. 시칠리아 카타니아에서 환승해서 볼로냐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철저히 고속도로를 배제하는 여행이다. 유럽의 멋진 풍경을 보려면 국도를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 합류점인 볼로냐로 가기 위해 장거리 비행을 했다.
9월까지 저가항공사가 저가가 아니다. 직항 가격이 200유로(평소 약 20유로) 가까이 되는터라 반 가격인 경유 편으로 시칠리아를 경유해서 볼로냐로 갔다.

한국인의 이탈리아 입국은 매우 빠른 편이다. 한국이 자동출입국 국가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출입 국기 다음에 있는 출입국 직원에게 입국 스탬프는 꼭 받아야 한다. 이는 한국의 국제적인 관계의 위상이 높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호텔의 조식은 보통 크로와상에 에스프레소가 메인이고 종류는 몇 가지 안 되지만 대체적으로 맛있는 편이다. 밀라노 외곽의 호텔은 크기도 크고 편안했다.

밀라노 시내 통과하여 산악지방에 들어섰다. 예술인 마을로 유명한 꼬모의 표지판을 지나치고 잠시 후, 인터넷이 끊겼다. 스위스에 들어선 것이다. 스위스는 EU가 아닌지라 EU 선불 유심은 불통(不通)이다. 동행의 경우 후불 유심이어서 12시간 동안 네비 사용에 자동 업데이트 정도의 데이터를 사용했는데 20만 원이 나왔으니 스위스 포함 유심을 사던지 한국 유심이 있을 시 하루 로밍 사용을 권장한다. 기름값 또한 주변국보다 비싸니 주유 후 넘어가는 것을 추천.
국경검문소에서 같은 쉥겐인지라 EU넘버는 세우지 않고 통과한다.
스위스는 멋진 산악으로 이루어진 작은 나라이다. 영세중립국이란 표현보다 부자인 작은 나라가 어울리는 나라. 고속도로로 달리면 5시간 정도면 남북으로 통과할 수 있지만 서울-속초 간 고속도로 수준이니 재미가 없다. 국도로 달려야 참맛을 볼 수 있다. 국도를 달릴 땐 얇은 패딩이라도 입어야 차밖에 나가 경치를 즐길 때 감기를 피할 수 있다. 도로가 구석구석 잘 정비돼 있는 것을 보면 부국임이 확실했다. 산엔 물이 풍부해서 낙차 발전소를 자주 볼 수 있다. 요즘 저주파 소음으로 문제 되는 풍력발전기 또한 자주 나타났다.
높은 산마다 케이블카가 잘 설치돼 있어 높은 시야의 풍경을 즐기고 싶으면 차를 세우고 케이블 카를 타면 간단하다. 물론 유료이다.
해발 2000m가 넘는 산봉 우를 넘다 멈춘 휴게소 전망대에서 건너편을 보니 2300m, 2600m 다양한 봉우리와 그림 같은 협곡이 보인다. 대자연의 웅장함에 경외감을 느끼는 가운데 들리는 소 방울 소리는 천상의 메들리 같다. 절로 요들송이 나온다.
고지대를 달리는 가운데 많은 호수들을 만날 수 있다. 호수가 마을들의 불빛이 호수 속에도 쌍둥이 마을을 만들어낸다. 잠든 까만 호수에서 시선을 위로 올리면 하얀 별빛이 쏟아지니 흑백의 조화가 한눈에 담긴다.
그러나 물가는 비싸다. 시골 식당에서 탄산수 큰 것 한 병을 주문하니 9프랑(약 12000원)을 받았다. 고속도로 이용 시 통행세(vignette)는 40프랑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도를 달렸으므로 이 금액을 절약했다. 관광이면 인터라켄 융프라우에 들려 만원(7.9프랑) 짜리 신라면 컵라면 한 컵 했을 텐데, 주마간산(走馬看山) 로드트립인 탓에 그냥 달렸다. 숙소비가 비싼 것도 한몫했다. 성수기 스위스 숙박비는 최소 180프랑이(약 25만 원/2인실 기준) 넘는다. 밤늦게 도착한 바젤의 라인강 다리를 건너니 프랑스에 들어선다.
스위스 국경 프랑스 도시들은 시골이다. 길옆으로 숲과 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물가는 착하지 않다. 이탈리아보다 비싼 물가에 서비스가 열악하다. 물뤼즈 근교에 위치한 3성 호텔의 좁은 객실과 불친절한 서비스에 프랑스 첫인상이 안 좋아졌다.
하지만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끝을 알 수 없는 들판의 지평선과 그 평야에 위치한 수없이 만나는 수목원 같은 울창한 나무숲들을 통과하다 보면 광대한 시골 풍경의 매력에 절로 만종의 인물처럼 기도를 하게 된다.
윤택해 보이는 시골마을들의 재밌는 공통점은 마을 중심에 위치한 교회들이 다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다. 뾰족한 탑에 시계가 달려있는 입구가 있는 건물들이다. 피서철엔 시골마을들은 고스트타운으로 변한다. 바다로 떠나고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달리다 보니 로젠 지방의 도시 '뚤'을 마주했다. 둘의 상징 같은 고딕 양식의 에티엔 성당만 보면 파리의 한 부분 같은 기분이다. 멈추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나가다 만난 호수가의 오토캠핑장엔 캠핑카가 즐비하다. 로드트립의 완소 탬인 캠핑카 옆엔 세월을 낚는 유럽 강태공들이 보였다. 시골여행엔 캠핑카가 필수인 듯하다. 가성비 안 나오는 호텔들을 보니 더욱더 그런 듯하다.
너른 벌판을 달리다 보니 집의 모양이 바뀌었다. 조금 현대화된 모습이다. 벨기에에 들어선 것이다. 마을에 내려 들어간 커피숍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주민들과 직원들을 보니 벨기에에 들어선 것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같은 나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인 것 같다.
큰 도시가 나타났다. 브뤼셀 인접 도시인 샤를루아는 저가항공사들이 많이 취항하고 있는 Brussels South Charleroi Airport도 위치한 벨기에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이다. 하지만 한적했다.
휴가철이라 벨기에의 큰 도시 중 하나인 이 도시는 잠들어 있다. 많은 상점들이 문이 굳게 닫혀있다. 내일은 비행기를 타고 소피아로 돌아간다.
짧은 5일간의 유럽 4개국 로드트립을 하면서 본 것은 비옥한 땅과 멋진 자연을 가진 유럽의 풍경이었다. 풍요로운 농촌의 여유로운 사람들, 척박함을 아름답게 가꾸어 부국을 만든 사람들.
자동차 로드트립의 매력은 우연한 풍경들로 풍성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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